발효의 타이밍
- 게시판명
- NANRO ACADEMY
- 날짜
- 2025년 4월 20일-21일
- 장소
- 김명성 발효 연구소

김명성 소장의 발효 강의, 그 세 번째 시간. 이번 3회차 강의에서는 된장과 간장의 갈림길이 되는 장 가르기 실습, 단백질의 분해와 아미노산화라는 발효의 과학, 그리고 향토장과 김치를 바라보는 철학과 창의성까지 다시 한번 폭넓게 다뤄졌다. 그동안 흘러온 장의 시간을 다시 바라보며, 발효란 단순한 숙성의 과정이 아니라 사람과 시간, 자연이 나누는 깊은 대화임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다.

장 가르기의 골든 타임
김명성 소장은 장 가르기를 ‘된장과 간장의 운명을 가르는 핵심 분기점’이라 강조했다. 단순한 메주 분리 작업이 아니라, 된장의 맛을 좌우하는 숙성과 분해의 골든타임이다. 장을 가르지 않거나 잘못 가르면 떫은맛, 신맛이 나는 원인이 되며, 전체 발효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 김명성 발효연구소 소장:
“메주를 너무 두껍게 만들면 안에 공기가 안 통해요. 그래서 너무 두껍지도 않고, 너무 얇지도 않게, 목침형으로 만드는 게 좋아요. 미생물도 숨을 쉬어요. 겉에 있는 균이 안으로 들어가려면 공기가 통해야 되거든요. 근데 메주가 두껍고 수분도 많으면 안에서 썩기 쉬워요. 표면적이 너무 좁으면 발효 속도가 느려지고, 넓으면 수분이 날아가서 굳어버립니다. 그래서 우리가 옛날부터 목침형 메주라고 해서, 길쭉하고 단면이 일정한 형태로 만들어온 거예요.”

감칠맛을 여는 열쇠, 염도
장의 맛은 콩 단백질의 분해에서 비롯된다. 콩의 단백질이 아미노산화될 때 감칠맛의 핵심 성분이 형성되며, 이것이 된장과 간장의 품질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메주에 부어주는 소금물의 염도가 발효의 방향성과 품질을 좌우한다고 강조하며, 염도 조절이 된장의 발효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 김명성 발효연구소 소장:
“단백질이 저분자로 잘라지면 우리는 그걸 아미노산이라고 부릅니다. 아미노산은 감칠맛의 주성분이에요. 된장을 잘 아미노산화시켜 쓰기만 해도 감칠맛이 충분히 납니다. 된장과 간장의 품질은 콩 단백질이 얼마나 잘 분해됐는지에 따라 달라져요. 그런데 이 분해가 잘 되려면, 메주에 부어주는 소금물의 염도가 핵심이에요. 물이 짜면 된장이 안 되고, 너무 묽으면 간장이 안 나옵니다. 메주에 들어가는 물의 염도가 장의 방향성과 품질을 결정짓는 거예요.”

자연을 읽는 발효의 타이밍
장 담금 이후의 관리는 절기와 날씨를 읽는 것이 핵심이다. 김명성 소장은 특히 곡우 이후, 공기 중 습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시기에 장을 잘못 열면 산패와 곰팡이의 주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김명성 발효연구소 소장:
“곡우가 지나면 습도가 갑자기 확 올라갑니다. 공기 중에 수분이 많아지기 때문에, 이 시기에 장 항아리를 열면 그 수분이 고스란히 장 안으로 들어가요. 장이 수분을 흡수하면 맛이 변하고, 발효 흐름이 깨지면서 산패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또 그 안에 남아 있는 미생물 환경이 달라져서, 곰팡이가 쉽게 피기도 하고요. 그래서 곡우 이후에는 장을 웬만하면 열지 말라고 말씀드려요. 정 꼭 열어야 한다면, 오전 중 짧게 열고 바로 닫는 게 좋아요. 그 시기를 잘못 넘기면 1년 내내 공들여온 장이 순식간에 망가질 수 있습니다.”

김치는 실험이다
장 이야기의 끝에서, 김명성 소장은 김치라는 또 다른 발효식품으로 시선을 옮겼다. 김치는 정해진 공식이 아닌, 매번 달라지는 변수의 조합 속에서 완성되는 발효다. 시간이 빚는 장과는 달리, 김치는 재료 선택과 구조 설계에 따라 맛과 향, 조직감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 점에서 김치는 발효의 '창의적 실험'이라 할 수 있다.
▶ 김명성 발효연구소 소장:
“보통은 배추 속에 양념을 넣잖아요. 근데 겉잎 한 장 넣고 양념 넣고, 또 겉잎 한 장 넣고 양념 넣고… 겹겹이 쌓는 것도 한 방법이에요. 젓갈 종류 바꾸는 것만으로도 완전히 다른 발효가 일어나요. 멸치액젓, 까나리액젓, 새우젓… 같은 염도여도 재료가 다르면 결과물이 달라지죠. 그래서 김치 담그기는 레시피가 아니라 실험입니다. 똑같이 담가도 매번 다르게 나와요.”

김치의 발효를 설계하는 재료들
김치에 들어가는 각 재료는 단순한 맛의 요소를 넘어 발효의 흐름과 방향성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파와 갓, 젓갈, 해조류, 청각 등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향, 감칠맛, 조직감, 발효 속도에 영향을 주며 재료 간의 조합과 배치는 김치의 개성과 발효 완성도를 결정짓는 정교한 변수로 작용한다. 이처럼 김치 만들기는 조리법이 아니라, 재료를 통해 발효를 설계하는 과정에 가깝다.
▶ 김명성 발효연구소 소장:
“파는 김치에 빠질 수가 없어요. 김치에서 파는 거의 육수예요. 김치 국물 맛은 사실 파에서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파를 뺄 수가 없습니다. 대파랑 쪽파는 달라요. 쪽파는 단맛이 있어요. 대파는 맵고 향이 강한 대신 뒷맛이 남아요. 그래서 용도에 따라 섞기도 하고 골라 쓰기도 하죠. 갓은 꼭 들어가야 하냐고 묻는데, 빠져도 되긴 해요. 근데 갓이 들어가야 나는 특유의 발효 향이 있거든요. 그 향이 김치의 방향성을 정해요. 미역이나 다시마 같은 해조류를 넣는 집도 있어요. 그럼 수분감이나 감칠맛이 더 살아나요. 젓갈도 마찬가지예요. 멸치액젓이냐 까나리냐, 새우젓이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청각도 재밌는 재료예요. 그 자체로는 아무 맛도 없는데, 김치에 들어가면 발효되면서 되게 독특한 향을 만들어내요. 향이 깊어지는데, 이건 청각에 있는 섬유질 구조 때문이에요. 그리고 청각이 들어간 김치는 씹는 느낌도 살죠. 향과 조직감, 둘 다 좋아집니다.”

이번 강의는 장을 담근다는 일이 단순한 레시피의 숙지가 아니라, 온도와 습도, 절기와 시간, 재료의 숨결을 함께 읽어내는 섬세한 감각과 논리의 총합임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장 가르기 실습부터 김치 발효의 실험까지. 사람과 자연, 시간과 손끝이 엮인 질문과 응답들이 오간 자리였다. 발효는 결코 감각에만 의존하는 일이 아니다. 조건을 읽고, 흐름을 기록하며, 삶을 설계하듯 과정 하나하나를 되짚는 일이다. 이번 3회차 강의는 그 과정을 가장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으며, 이 기록이 발효를 다시 배우고자 하는 이에게 조용한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전통장도 속성장도 아닌, 또 하나의 장이 우리 각자의 삶 안에서 천천히 익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강사
모더레이터
게스트
이홍란(샘표)
이재민 (샘표)
안형균 (샘표)
박가람 (드레스덴그린)
신용준 (주052)
장연희 (샘표)
한충희 (비터팬)
배경준 (본연)
안진호 ((전)무슈벤자민)
전형규 (구찌오스테리아)
박세영 (금돼지식당)
김영우 (뜨락)
김영빈 (마테르)
윤대현 (소울다이닝)
김희은 (소울다이닝)
송홍윤 (윤서울)
김선엽 (쵸이닷)
전희란 (GQ)
성시우 (레귬)
배재환 (난로)
이혜영 (데페뉴)
김양우 (보석)
조정인 (비밀이야부티크)
남준영 (TTT)
김영원 (뀌송82)
류태혁 (나비 상하이)
조영지 (다로베)
오스틴강 (묵정)
양수현 (바삭마차)
조서형 (보석)
김정현 (세스크멘슬)
심현지 (세스크멘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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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연 (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