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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고 브랜딩과 해외 진출 비하인드


"한국의 식문화가 세계적 관심을 받는 가장 뜨거운 순간, 바로 지금입니다"

몇 번의 검색으로 손쉽게 얻어지는 데이터로도 한식을 눈여겨보는 세계인들의 관심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미쉐린에서 2023년 10월에 발표한 ‘미쉐린 가이드 뉴욕’ 편에는 별을 받은 69곳의 레스토랑이 나와 있다. 그중 11곳을 한식당이 차지했으며, 이는 미식의 대명사로 꼽히는 프랑스(7곳)와 이탈리아(4곳) 식당을 넘어서는 역대 최고 수치다. 더불어 한국인 오너 셰프가 운영하는 한식 레스토랑 ‘아토믹스’는 2023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8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식의 열풍은 파인다이닝 분야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미국 대형 마트에서는 냉동 김밥이 품절 대란을 일으켰고, 한국 기업의 라면 수출액은 지난해 기간보다 25.4% 증가하여 사상 최대치인 84억 2,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 방문 이유 1위로 음식과 미식탐방(47%)을 꼽았다. *미식 데이터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그렇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우리의 한식이 가장 뜨겁게 세계적 관심을 받는 순간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해나가야 할까? 한식 사업화와 한식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기업들이 늘어가는 지금, 우리는 어떤 구체적인 꿈을 꿔야 할까?

여기에 대한 해답을 글로벌 한식 브랜드 ‘비비고'와 비비고라는 브랜드를 앞장서서 만든 노희영 대표에게 찾아보기로 했다.

세상을 향한 궁금증으로부터 얻는 통찰력

비비고는 10년 만에 매출이 450억에서 3조로 성장한 CJ제일제당의 글로벌 한식 브랜드다. 그런 비비고를 두고 당시의 총책임자였던 노희영 대표는 잘 만들기도 했지만, 정말 잘 키웠다며 후배들에게 공을 돌리는 멘트와 함께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는 2012년에 미국에서 태어났다. 처음부터 국내 시장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둔 브랜드였던 셈이다. 당시에는 한식의 세계화 같은 단어가 대두되지 않았던 시대였음에도, 노희영 대표의 통찰력으로 인해 발 빠르게 세계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세상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의 비결을 묻자 노희영 대표는 ‘궁금한 건 절대 못 참는 성격’이라 답했다.

노희영 대표:

“저는 궁금한 게 많은 사람이에요. ‘어느 식당을 줄 서서 먹는대’라는 식의 이야기를 듣는 날에는 너무 궁금해서 잠을 못 잘 정도예요. 그러다 직접 경험하면서 궁금증을 해소해요.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게 직접 경험해보고 오라고 권유도 해요. 그렇게 직원들도 다녀오고 같이 이야기를 나눠보면 보통 단점을 말해요. 근데 일단 줄을 서고 잘 되는 건 장점이 훨씬 많은 거예요. 그래서 저는 늘 장점을 먼저 바라보는 관점을 공유하고자 하는 편이에요. 결과적으로 많은 것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 그리고 그것을 직접 확인하려는 태도, 장점을 바라보는 관점 등이 이 시장에서 통하는 통찰력으로 자리 잡힌 게 아닐까 싶어요.”

책임감은 브랜드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비비고와 노희영 대표의 인연은 한식 세계화 사업에 가장 앞장섰던 CJ가 어느 날,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를 발표한다며 한식 세계화 위원회를 초대한 뒤로부터 시작됐다. 자리에는 오리온 임원으로서 한식 세계화 위원회에서 활동한 노희영 대표도 함께했는데, 발표가 끝난 뒤에 CJ의 프로젝트를 너무나 하고 싶어 가슴이 뛰어올랐다며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끊임없이 갈망한 노희영 대표는 결국 CJ가 발표한 프로젝트의 컨설팅을 맡게 됐다. 오리온 임원으로서 경쟁사인 CJ의 컨설팅을 맡게 된 유례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더욱이 노희영 대표는 이 과정에서 프로젝트를 맡기 전 전권을 달라고 한 일화로 유명하다.

노희영 대표:

“같은 회사에서 같은 브랜드를 두고 일하더라도 부서 간 이기주의가 생기기 마련이에요. 처음부터 함께 전략을 세우고 정성을 들이며 브랜드라는 아이를 키우는 것과 제품 개발, 영업, 디자인 등 필요한 것들을 그때그때 요청하며 진행하는 것은 달라요. 저는 후자의 경우로 일했을 때 폐단이 생기는 것을 많이 겪어봤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부터 R&D, 마케팅, 영업, 판매 루트, 광고까지 다 저한테 권한을 달라고 했어요.

사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책임을 질 테니 권한을 달라고 했어요. 아마 저에게 책임 없는 권한만 있었더라면 비비고라는 브랜드에 많은 사람이 똘똘 뭉치지도, 단단한 브랜드로 성장하지도 못했을 거예요. 브랜딩에는 권한뿐만 아니라 책임을 질 수 있는 리더십, 그리고 그에 따른 전략이 중요합니다.”

비비고는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것이 아니다

비비고는 비빔밥과 투 고 (to go)가 만나 만들어진 이름이다. 지금의 대표작으로는 만두가 있지만 비비고의 시작은 한식 중에서도 비빔밥이었다.

비비고는 CJ 제일제당 이전에 CJ 푸드빌에서 비빔밥 전문 한식 브랜드로 먼저 선보였던 이름이다. 비비고를 만들기 전, 한국에 오는 외국인에게 ‘가장 맛있는 한식이 무엇이에요?’라고 물어보면 한결같이 비빔밥이라고 말하는 상황을 보고 비빔밥을 중심으로 글로벌 한식 브랜드 비비고를 만들게 된 거다.

노희영 대표:

“사람들이 먹고 있는 것에서 조금 더 맛있게 하는 게 개발이지 안 먹던 거를 새롭게 만드는 건 발명이에요. 비비고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이 목표였고, 그 시장의 타겟들이 비빔밥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비빔밥으로 시작하게 된 거예요.

외국인들이 왜 비빔밥을 좋아했을까 생각해보면,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음식에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투명하게 다 보이잖아요. 또 갖가지의 채소들이 건강한 느낌도 주고요.”

비빔밥과 고추장을 다 제친 이유 있는 만두

CJ 제일제당에서 비비고 브랜드의 첫 번째 상품으로 논의됐던 건 만두가 아니라 고추장이었다. 일본의 기꼬만 간장이라든지, 스리라차, 타바스코처럼 세계적으로 통하는 소스를 만들고 싶어 했다. 하지만 노희영 대표의 의견은 달랐다. 고추장을 포함한 우리나라 장이 훌륭한 식품이라는 것에는 동의하나 그 맛이 너무 강하여 다른 나라 음식에 스며들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노희영 대표:

“제가 고추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더니 난리가 났어요. 근데 제가 무작정 반대만 했다면 아마 잘렸겠죠. 무언가를 반대하려면 충분한 이유뿐만 아니라 대안도 함께 있어야 해요.

먼저 반대한 이유로는 맛과 실용성을 예로 들었어요. 다들 경험해보셨을 거예요. 고추장에는 무엇을 넣고 섞어도 고추장 맛밖에 안 나요. 다시 말하자면 고추장은 현지의 음식과 조화롭게 어울리기가 힘든 친구예요. 또, 우리나라 사람들이 짜장면을 자주 먹잖아요. 그렇다고 집에 다들 춘장 놓고 사시나요? 우리가 자주 먹는 음식의 소스도 집에 안 두는데, 외국 사람들이라고 다를까요? 심지어 외국 사람들은 우리가 짜장면을 먹는 만큼 한식을 자주 먹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는 잘 먹지도 않는 음식의 소스를 집에 둘 확률은 거의 없다고 생각했어요."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비비고도 마찬가지다. 꽃길만 걸었을 것 같은 비비고에게도 파란만장했던 시절이 존재한다. ‘글로벌 한식에는 브랜드가 필요하다.’ 다음 화에서는 비비고가 비싼 수업료를 내며 겪었던 시행착오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다뤄 보려 한다.

다음화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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